안전모
안전모
지난 한달간 대한민국은 여객선의 침몰로 인해 그 배에 승선했던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과 어른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어 나라 안과 밖이 슬픔으로 가득찼었습니다. 사고 발생과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림이 없이 들어나는 안전불감증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똑 같은 일을 당한 것을(각반사건) 보면 우리 모두는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1970년 초에 육군에 입대하여 미사일 포대의 통신과 병기(컴퓨터,레이다,통신라인등등)를 보수 지원하는 부대의 졸병으로 복무를 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은 그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었으므로 겨울에는 무지무지 추웠습니다. 그해 겨울 어느날 저녁에 저는 기계실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데 내무반 쪽이 갑자기 소란해지더니 "윤일병, 윤일병!" 하며 다급하게 저를 불러서 내무반으로 뛰어 갔더니 내무반에 설치된 난로가 용광로처럼 과열되어 난로 옆의 침상이 고열로 인해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때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난로 옆에 비치된 소화기로 진화를 해야되는데 내무반장인 일반하사를 비롯한 15명 정도의 병사들이 그것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제일 졸병인 저를 불렀던 것입니다. 저는 소화기를 들고 안전핀을 뽑은 뒤 매뉴얼대로 불붙는 침상을 향해 소화기를 작동하고 고참들에게 난로 속의 장작을 끌어내어 물로 불을 끄게 했습니다. 물을 난로에 껴얹으면 더 위험할 것으로 생각되어 그렇게 했었지요.
그곳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소화기 사용법을 배웠었고 소화기도 있었지만 극한 상황 아래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일을 겪었고 제대로 처리를 했었던 저이지만 저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산에서 일하다가 각반을 준비해 놓고도 깝박 잊고 사용을 안해서 정강이를 고생시켰으면서도 며칠 뒤에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었답니다.
저의 산 전체 면적의 1/5 인 0.5 헥타(약 1,500평)에 대해서 벌채 허가를(백합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 신청하고 허가가 나는 동안 잡목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고 잡목을 제거하는 중 나무 둘레가 50cm 정도 되는 산벚나무와 역시 나무 둘레가 30cm 정도 되는 두 그루가 서로 엉키어 있는 것 중에서 작은 것을 먼저 베었는데 엉킨 것이 풀리면서 작은 것이 큰 것의 가지에 얹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위를 쳐다보니 별로 위험할 것 같지 않아서 그대로 큰 것을 베었지요. 머리를 숙이고 전기톱에 힘을 가하여 나무를 베는데 무엇인가가 왼쪽 머리를 쾅 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큰 나무의 가지에 얹혀져있던 작은 나무가 엉킨 것이 풀려 내려오면서 저의 머리 왼쪽 부분을 친 것이지요.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천으로 만든 보통 모자를 벗고 맞은 머리 부분을 만져보았더니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중지하고 관리사로 내려가서 약을 찾아보았으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저의 관리사에서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매실나무 밭에 광주에 거주하는 주인이 휴가를 내어 와서 매실나무에 농약을 치고 있어서 그곳에 가서 부탁하여 상처를 소독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가루약을 발랐었지요. 지금도 그곳을 만지면 아직도 딱정이가 만져집니다.
그 일을 당하고 나서는 안전모를 항상 쓰고 작업을 하고 있지요. 안전모를 2개나 준비해 놓고도 쓸 생각을 못하다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챙겨서 쓰는 저도 어쩌면 침몰한 그 선박의 선장이나 선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알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알고 바르게 준비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덧붙여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종교도 인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바르게 알고 바르게 준비하고 삶의 현장에서 바르게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므로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엄청난 화를 끼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알았으니 단군 왕검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실종자들도 하루 속히 찾아서 가족들의 품으로 인도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아울러 유가족 여러분들께도 제가 섬기는 야붸 하나님의 위로와 도우심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