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on Church

최고의 것을 포기한 충성 

구약에 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연구해 보면, “충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함께 연구해 보겠습니다.

입다의 출생

성경에는 사사 입다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그에 대한 기록은 길지 않지만 거기서 우리가 취할 교훈은 적지 않습니다. 입다는 많이 알려졌거나 설교의 주제로 잘 사용되지 않지만 그의 이름은 당당하게 히브리 11장에 열거되는 믿음의 조상들 가운데 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입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길르앗 사람 큰 용사 입다는 기생이 길르앗에게 낳은 아들이었고, 길르앗의 아내도 아들들을 낳았더라. 아내의 아들들이 자라매 입다를 쫓아내며 그에게 이르되, 너는 다른 여인의 자식이니 우리 아버지 집 기업을 잇지 못하리라 한지라. 이에 입다가 그 형제를 피하여 돕 땅에 거하매, 잡류가 그에게로 모여와서 그와 함께 출입하였더라. ” [사사기 11장 1-3] 

기생의 몸에서 서자로 태어난 입다는 자기 아버지 집에서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멸시를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장성한 후에 그는 결국 집에서 쫓겨남을 당하고 아버지의 기업을 잇지 못할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여기서 기업을 잇는다는 의미를 잠깐 살펴보면, 이 제도는 이스라엘에만 있던 독특한 전통과 율법에 정한 제도로서, 하나님께로부터 할당받은 기업을 영구히 보존하고 혈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습니다.  

기업을 잇는 제도에는 크게 재산과 혈통 두 가지가 있었는데, 혈통적인 측면을 보면 후손을 남기어 그 가문의 상속자를 남길 자격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자손 중에서 그들을 구원할 마쉬아흐가 날 수 있다는 특권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기업을 잇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절망적인 것이지요. 집에서 쫓겨난 입다는 돕 땅으로 가서 거했는데, 거기서 힘이 세고 용맹했던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그리하여 그는 많은 무리를 이끄는 장수가 되었습니다.  

사사가 된 입다

그런데 아버지의 기업을 잇지 못하고 쫓겨난 입다가 이스라엘 족장들의 부름을 받고 그들의 머리가 되는 날이 오게 되었습니다.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오자 길르앗의 장로들이 입다를 찾아와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워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을 치려 할 때에 길르앗 장로들이 입다를 데려오려고 돕 땅에 가서 입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암몬 자손과 싸우려 하나니 당신은 와서 우리의 장관이 되라. 입다가 길르앗 장로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전에 나를 미워하여 내 아버지 집에서 쫓아내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너희가 환난을 당하였다고 어찌하여 내게 왔느냐?” [사사기 11:5-7] 

“길르앗 장로들이 입다에게 대답하되, 이제 우리가 당신을 찾아온 것은 우리와 함께 가서 암몬 자손과 싸우게 하려 함이니, 그리하면 우리 길르앗 모든 거민의 머리가 되리라. 입다가 길르앗 장로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나를 데리고 본향으로 돌아가서 암몬 자손과 싸우게 할 때에, 만일 여호와께서 그들을 내게 붙이시면 내가 과연 너희 머리가 되겠느냐? 길르앗 장로들이 입다에게 이르되 여호와는 우리 사이의 증인이시니 당신의 말대로 우리가 반드시 행하리이다. 이에 입다가 길르앗 장로들과 함께 가니 백성이 그로 자기들의 머리와 장관을 삼은지라. 입다가 미스바에서 자기의 말을 다 여호와 앞에 고하니라.” [사사기 11:8-11] 

11절의 내용을 보아 입다가 하나님과 교통하는 믿음의 사람이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입다가 미스바에서 자기의 말을 다 여호와 앞에 고하니라.” 미스바는 하나님께서 여호수아 시대에 이스라엘과 함께하셔서 모든 이방 나라를 쳐서 크게 승리를 했던 장소로서 하나님의 능력의 역사적인 기념지였습니다. 또한 사무엘 선지자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고 통회하며 모든 우상을 제하여 버리고 개혁하므로 하나님 앞에 영적 대 각성을 이룬 곳이며, 또 블레셋을 크게 이긴 기념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미스바에 가서 하나님 앞에 고했다는 의미는, 입다가 신실한 사람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는 믿음의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살피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입니다. 

 “이에 여호와의 신이 입다에게 임하시니” [사사기 11:29]  미스바에서 여호와께 이 일에 대하여 기도하고 응답을 받은 입다는 나아가 암몬 자손과 싸우게 됩니다 .

입다의 서원

그런데, 입다가 전쟁에 나가면서 하나님께 한 가지 서원을 합니다.

“그가 여호와께 서원하여 가로되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붙이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 [사사기 11:30] 

“여호와께서 그들을 그 손에 붙이시매” [사사기 11:32] 

“입다가 미스바에 돌아와 자기 집에 이를 때에, 그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이는 그의 무남독녀라. 입다가 이를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가로되, 슬프다 내 딸이여 너는 나로 참담케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이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사사기 11:34,35] 

하나님의 신이 입다와 함께 하시므로 그 전쟁은 큰 승리로 끝났습니다. 입다는 하나님의 능력을 크게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다가 승리하고 돌아올 때 그의 무남독녀인 딸이 제일 처음으로 나와서 춤을 추며 맞는 것이 아닌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에 그를 제일 먼저 영접하는 사람을 주님께 드리기로 서원했는데 말입니다. 이것을 본 입다는 처음에는 옷을 찢고 슬피 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버지와 딸의 신앙심과 충성심이 드러나는 위대한 장면을 우리는 봅니다. 그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지만 딸에게 자신이 하나님께 드리기로 서원한 것은 결코 취소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딸도 말하기를 아버지가 하나님께 그렇게 서원하셨고, 또 여호와께서 암몬 자손을 아버지의 손에 붙이셨으니 그대로 행하시라고 말합니다. 이 얼마나 신실한 모습인가요! 시편 15장 1절-4절에 나오는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유할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거할 자 누구오니이까?...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아니하며…”라는 말씀처럼,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하지 않고 지키는 충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요! 마치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려고 할 때의 장면처럼 말입니다. 

입다는 정말로 딸을 번제로 드렸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정말 입다의 딸이 번제물이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신학자들 사이에 논란의 여지가 되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37절과 38절에 나오는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아비에게 또 이르되 이 일만 내게 허락하사 나를 두 달만 용납하소서. 내가 나의 동무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서 나의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애곡 하겠나이다. 이르되 가라하고 두달 위한하고 보내니, 그가 그 동무들과 함께 가서 산 위에서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애곡하고.” 

사사기 11장 37절부터 마지막 절인 40절까지를 히브리 원문을 그대로 직역해보면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제게 이 일만 행해지도록 하여 주십시오. 저를 두 달만 그냥두셔서 그 산들 위로 갔다가 내려오게 하십시오. 저와 제 여자 친구들이 저의 숫처녀 신세를 애곡할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가라." 그가 그녀를 두 달 동안 보냈다. 그녀와 그녀의 여자 친구들이 가서 그 산들 위에서 그녀의 숫처녀 신세를 애곡했다. 두 달만에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에게로 돌아오고 그는 그가 한 그의 서원을 그녀에게 행했다. 그녀는 남자를 알지 못했다. 그것이 이스라엘의 규례가 되어 매년 이스라엘의 딸들은 그 길르얃인 잎타흐의 딸을 위하여 1년에 나흘씩 낭송하러 간다. 

성경은 입다가 딸을 번제로 드렸다고 기록하지 않고 단지 “그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였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만일 정말 입다가 딸을 번제로 드렸다면 그 사실이 성경에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았겠습니까? 사사기 11장 37-40절에 입다의 딸의 처녀성이 강조되어 나오는 이유는 그녀가 처녀로 평생을 지내게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녀가 하나님께 “올려바침”이 되었다는 것(31절의 “번제”라고 번역된)은, 그녀가 평생토록 결혼하지 못하고 성막에서 수종드는 여인이 된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출 38:8 참조). 

입다가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서원할 인물이 아닌 것이, 길르앗 장로들의 청원도 신중히 검토한 후에 받아들이고 전쟁을 위해 미스바에서 여호와께 기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고, 또한 입다가 암몬 왕에게 전한 말(삿 11:15-26)을 미루어 보아 그가 이스라엘의 출애굽의 사적도 자세히 알고 있으며, 구약 율법에 대하여 무식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율법에 자녀를 불로 태워 바치는 것은 극악한 죄로 규정(레 18:21, 20:2-5)하는 것을 잘 아는 그가 딸을 번제로 바칠 리가 없는 것입니다.  

만일 입다가 하나님이 엄금하시는 죄를 범하였다면 그는 저주를 받았을 것인데, 그러나 그 후에도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6년간이나 역사하고 죽은 것을 우리는 성경에서 봅니다(삿12:7).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약 성경이 입다를 믿음 장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칭찬하고 있습니다(히 11:32). 또한 31절에 보면, 입다의 서원이 여호와의 신이 그에게 임한 직후에 행해진 것이기 때문에 여호와의 신이 임한 입다가 이방인과 같이 사람을 제사로 드리는 일을 했을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장 40절에 “애곡하더라”란 말의 원어적 의미는, “찬송하더라” “기념하더라”는 뜻으로 인신 제물로 바쳐진 것을 규례로 삼고 기념할 일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입다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가?

성경에 나온 입다에 대한 기록이 짧아서 많은 사람이 그 속에 숨어 있는 심오한 교훈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입다의 처지를 심도 있게 조명해 볼 때에 여기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입다의 슬픔과 한은 기업을 잇지 못하게 된 자신의 슬픈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쫓겨난 서자 출신, 기업을 잇지 못하는 슬픈 처지에서 벗어나, 이스라엘을 이끄는 사사와 지도자가 되고 명예가 회복되었습니다. 아울러 보란 듯이 이스라엘 자손에 이름을 올리고 기업을 이을 수 있고 마쉬아흐의 조상 중에 한 사람이 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처지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일을 행한 입다는 기업을 이을만한 조건과 위치를 지니게 되었건만, 하나님께 대한 서원을 지키기 위해 무남독녀인 딸을 하나님께 구별하여 바침으로 그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곧 딸을 결혼시키지 못하게 되므로 자손을 하나도 못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께 약속한 그대로 충성 되게 하나님께 자녀를 바치므로 자손의 번창함이나 가문의 창대함, 그리고 자손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희생한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속에는 종족의 번식과 번창이 있습니다. 특히 구약 시대에는 자손을 많이 낳아 숫자와 세력을 키우는 것이 가문과 자신의 이름을 내기 위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이어가는 위대한 평판과 명예를 누리고 가문의 번영을 가지는 것이 그들의 큰 소망이었던 것이지요. 옛날이나 현재나 많은 부모에게 자녀들이 우상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부모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의 명망과 성공이 그들의 모든 것이 되고 있는가요!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출세와 명예와 성공을 위해 하나님께 대한 충성과 진리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고 있습니까?  

자녀들을 세상의 신, 공부의 신, 성공의 신의 제단 위에 바치고 그들을 통한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가련한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입다는 마지막 시대를 사는 마쉬아흐인 부모들에게 충성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서원한 것을 지키기 위하여, 하나님께 맹세한 충성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최고의 것이었던 자녀를 포기하고 세상의 낙을 희생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신실하고 충성된 사람이 되는 것을 세상의 무엇보다 더 귀중하게 여겼습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 최고의 것까지도 포기하면서 하나님께 대한 서원을 지키기 위해 신실했던 것입니다. 

입다는 자손의 재롱을 보지 못하고 자손의 번창이 없는 외로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구약 시대에 자신의 자손이나 부족이 없는 것은 노년 뿐만 아니라 평생에 힘도 없고 의지할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마쉬아흐에 대한 약속 때문에, 마쉬아흐를 태어나게 할 자손이 없다는 것은 저주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며, 자식이 없다는 것과 처녀로 평생을 지낸다는 것은 그들에게 별 소망이 없는 것으로 간주 되었습니다. 그러나 입다는 하나님께 대한 서약에 충성하기 위해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을 다 포기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신실하고 충성된 사람입니까?  

우리는 하나님께 충성하기 위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까지 다 버리고 희생할 마음과 결심이 되어 있어야 됩니다. 하나님께 충성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진리를 고수하기 위해서 모든 것, 심지어 인간의 기본적인 낙인 자녀까지 포기할 수 있는 충성심이 요구됩니다.  

입다의 이야기는 세상의 즐거움과 가족의 화기애애한 삶까지 버리고 하나님께 충성해야 할 마지막 세대를 위해 충성의 모범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기할 수 있는 사람만이 마지막에 주님을 위해 서게 될 수 있습니다. 

아멘!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