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用途變更)

용도변경(用途變更)

저는 산을 매일 오르는데 그 때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닙니다. 전에는 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사용하였지만 여름에 벌채하면서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해서 잃어버리고 지금은 두랄루민 소재의 막대기를 짚고 다니면서 여름에는 길을 막는 뱀들을 물리치고 가을인 요즈음에는 지팡이 본연의 용도로 저의 걸음을 돕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지팡이는 처음부터 지팡이로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옛날에 이 찌욘산에서 제가 산막을 치고 염소를 기르면서 운용했던 아마추어 무선국 HL4LT의 전파를 5대양 6대주로 실어 나르던 단파대(HF Band) 공중선(Antenna)의 소자(element)로 쓰였던 길이 약 1.5미터의 두랄루민 파이프입니다.

 

이것을 지팡이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제가 아니고 저의 어머님이셨지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가 찌욘산을 떠난 뒤 어머님께서 산막에 있는 그 공중선의 소자들을 보시고 적당한 크기의 파이프를 하나 들어서 사용해 보시니 손에 꼭 들어오면서 무게도 가벼워서 애용하신 것이지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만 애용하던 나무 막대기를 잃어버리고 고민하다가 저도 써 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매일 산에 갈 때마다 들고 간답니다.

 

그런데 물건만 용도 변경하는 것이 아님을 성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사람들이 용도 변경되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왕자에서 목동으로 그리고 한 백성의 지도자로 용도 변경된 모쉐라는 인물을 필두로 창녀가 용도 변경되어 한 민족의 시조가 되고 인류를 구원하는 구세주 예슈아 마쉬아흐의 선조가 되기도 하고 소를 몰며 밭을 갈던 농부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분의 신실한 종이 되어 죄 중에 멸망해 가는 자기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병들어 죽을 때까지 애를 쓴 사람도 있습니다.

 

아주 어리석고 연약하며 비천한 저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용도 변경된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서 아주 편하고 좋은 직장에서 11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세상에 나와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결국은 지금 모시고 사는 주인님의 손에 붙들려서 그분의 종으로 용도 변경되어 지금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의 제자 페트로에게 지금까지는 네가 네 마음대로 행하고 다녔지만 이제는 네가 나의 종이 되었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 아니라 나의 원하는 바를 행하라고 하신 말씀대로 죽기까지 충성한 그 본을 따라서 저도 저의 모든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바람을 내려놓고(버리고) 주인 되시는 예슈아 마쉬아흐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는 종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상태에 계시는가요? 성경 말씀을 열심히 읽으면서 깊이 묵상하시면 여러분 자신의 모습이 모일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르심이 들릴 것입니다. 세상 것에 대한 애착 때문에 슬픈 마음으로 주님께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부자 청년이 되지 마시고 죽기까지 충성하겠다는 페트로의 길을 택하셔서 주인님의 소용대로 쓰여지는 귀한 용도변경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