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를 설치하다
가래골이라는 곳은 동네에서 좁은 골짜기를 따라 20여분 걸어 들어가면 뻥 뚫린 듯 나오는 높은 산 아래 골짜기입니다. 집 옆에 작고 깨끗한 개울물이 흘러서 그 물을 직접 떠서 마시기도 하고 씻기도 하고 개울에 와서 빨래도 하고 했습니다. 개울 바로 옆에는 작은 둑이 있었고 개울을 건너가는 길도 작고 큰 돌들로 예쁘게 쌓아놓았습니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 개울물이 얼기 때문에 얼음을 깨서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있는 물을 길어다 사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가을 큰 맘을 먹고 상수도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전기가 없는 곳이라서 수압을 통해 물이 자동으로 나오게 하려면 큰 공사를 해야 했습니다. 집에서 개울을 따라서 위쪽으로 약 200미터 부근에 작은 통을 묻어서 일단 깨끗한 물이 작은 통에 모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통에서 파이프를 연결하여 집과의 중간 거리에 커다란 통을 놓고 물을 저장하고 거기서 또 파이프를 연결하여 거기서 또 파이프를 통해 물이 집안으로 들어가도록 구상을 했습니다. 문제는 200미터가 넘는 거리를 땅을 파고 파이프를 묻는 일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온도가 섭씨 25도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적어도 한 자 반은 묻어야 하였습니다. 곡괭이와 삽으로 돌이 많이 섞인 땅을 파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돌 하나를 빼내기 위해 수 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아버지와 저 그리고 어머니까지 합세하여 돌을 빼내려 해도 안 될 때는 지렛대로도 힘들 때는 해머로 돌을 깼습니다. 그렇게 밭둑과 산의 땅을 파헤치고, 돌을 캐내고 파이프를 묻기까지 2주 이상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 기간에 어머니는 고생한다고 다른 때보다 점심을 더 맛있게 해주셨습니다.
드디어 파이프를 다 묻고 연결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물을 들여보내 공기를 빼내었습니다. 공기가 빠지자 수압에 의해 맑은 물이 수도꼭지를 통해 쏴 하고 쏟아져 나왔습니다. 물이 잘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모두 기뻐했고 어떤 큰일을 이루어낸 듯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물을 가지러 개울까지 왔다 갔다 안 해도 되니 맘이 놓였습니다. 그 후 며칠 간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만 바라보아도 기분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연합해서 어떤 힘든 일을 해내므로 서로 간에 더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고, 고난을 통해 서로 더 긴밀히 연합하게 된다는 진리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가난과 고생은 큰 축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부유할 때보다 가난하고 어려울 때에 하나님을 더 바라보게 됩니다.
겨울이 되자 한 가지 염려되는 곳이 있었습니다. 파이프가 상수원에서 집까지 연결되는 중간에 개울을 건너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큰 나무를 개울에 걸쳐놓고 파이프를 스타일로폼으로 많이 싼 다음에 나무에 묶어 놓았었습니다. 만일 그 부분이 언다면 물을 겨우내 못 쓰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밤에 잘 때는 물을 젓가락 굵기 만큼 계속 틀어 놓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흘러내리는 물은 잘 얼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에는 누군가 무심코 밤에 수도꼭지의 물을 잠가서 몇 달간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와 무심코 한 행동은 추운 겨울에 얼음을 깨고 개울에서 물을 길어와야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흘러가지 않는 물은 추위가 오면 언답니다. 그리고 한 곳이 얼면 그 한 부위가 언 것 때문에 전체 물이 흘러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이프를 땅속에 깊이 묻듯이 우리 자아를 땅속에 깊이 묻어야 문제가 안 생깁니다. 그리고 생수를 계속 흘려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끊임없이 공급받지 않으면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오늘 한 손으로 살짝 돌리기만 하면 뜨거운 물과 찬물이 나오는 수도 밸브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살짝 틀기만 하면 생수가 나오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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